[Eric's 취준] 취준일기2 #2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니 어쩌면 어제.
아버지께서 할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담배를 좋아하셨다.
시골에 내려가면, 할아버지 방에서 담배 냄새가 났던게 기억이 난다.
(나는 어릴적부터, 담배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아야지 하고 다짐 했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께서는 5년 전부터
갑자기 폐가 나빠지셨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담배를 끊으셨었다.
할아버지가 아프심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했을때도 목소리는 쩌렁쩌렁하시고,
풍채가 있으셔서, 많이 아파보이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속은 아니셨나보다.
그래도 더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할아버지는 당신을 '하나씨'라고 하시면서
나를 많이 좋아해주셨다.
어릴때부터 큰 손주라며 용돈도 많이 주시고,
맛있는것도 많이 사주셨다.
나도 보답해 드리고 싶었었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삶의 큰 목적중 하나는,
당신의 자녀들이 잘되어서 자랑하는 맛에 사시는것.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였었다.
대학도 남들보다 늦게 가고,
하고싶은것을 한다는 명목하에,
대학교 휴학도 하고,
남들보다 뭐든지 늦었다.
하지만, 백수였던
어느날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아프신데,
만약 이대로 돌아가시면,
할아버지에게 나의 마지막 모습이
'백수'인 모습으로
기억되기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몇 년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실때, 나의 모습이 '재수생'이었기에,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다짐했었다.
결국, 작년에 운이 좋게 취직을 했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다.
첫 월급을 타서 대부분을
할아버지에게 드렸다.
받지 않으려 하셨지만,
안받으시면 다음에 또 안드린다고 강제로 드리고 왔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장어를 사드렸었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하고,
결국 취직하고 두 번 정도 장어를 사드렸었다.
세 번째 할아버지를 찾아 뵈었을때는,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시다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장어를 포기하시고
집에서 식사 한다고 하셨다.
당시에도 코로나 시국 이기도 하니,
그렇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후회가 된다.
나는 무엇이 힘들다고,
전화 한 통 더 안드렸을까?
올해 설날에,
코로나 핑계로 왜 시골가지 않았을까?
한 달 전에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가실때,
왜 나는 따라가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며,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렸던것,
맛있는것을 사드렸던것들이 생각나며,
내가 너무 못하지 많은 않았구나,
라며 생각이 들었다.
3일동안 장례식장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 놓고 가시는 구나.
결국에는 끝이 있구나.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장례식장에 많은 손님들이 오시는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나도 내가 언젠가 죽었을때,
여러사람에게 기억이 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한 편으로 들었다.
지금은 비록
안좋은 상황에서 다시 백수가 되었지만,
보란듯이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의 손자가
되어야 겠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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